집현면 덕성마을 무소골 끝자락에 바위절벽이 병풍처럼 솟구쳐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커다란 바위 두 개가 서로 마주하고 있어, 이름 하여 베틀바위라고 부른다.
옛날 옛적,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인기척이 없고, 조용한 산과 바위틈 사이에 베를 짜는 베틀을 설치하고 베를 짜고 있었다.
이 선녀는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베를 짜기 시작했는데, 베틀소리를 장단 삼아 흥겨운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일광단, 월광단을 짜내려 갔다.
이때 마침 이곳을 지나던 산적일당이 멀리서 들려오는 베 짜는 소리와 노랫가락을 듣게 되었다. 바위틈 사이로 올려다보니 그곳에서는 세상에서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여인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베를 짜는 게 아닌가.
순간 그 산적은 선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도취되 넋을 잃고, 바라만 보다가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불쑥 나타나지 못하고 멀리서 애타게 바라만 보던 산적은 연정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 선녀는 한눈도 팔지 않고 가만히 앉아 베만 열심히 짜는 터라, 그 산적의 애간장을 녹였다 한다. 며칠동안 낮에는 일광단, 밤에는 월광단을 짜고 있는 선녀를 보던 산적은 마침내 자신의 애틋한 정을 알아주지 않는 선녀에게 화가 나 절벽에 주먹질을 해댔다.
베를 짜던 선녀는 산적의 주먹질과 고함에 놀라 순식간에 하늘로 올라가고 말았고, 산적은 그 모습을 처량하게 바라만 보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고 한다.
이 절벽에는 아직도 군데군데 산적의 주먹흔적이 남아 있어, 산적의 애틋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제보자: 정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