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톨이 집에 멍청한 부부가 살았는데 밤이 되면 외롭기 짝이 없었다.
하루는 아내가 베 한 필을 주면서 팔아 이야기를 사 오란다. 이야기라도 하면 외로움이 덜 할까 싶어서다.
주변머리없는 남편은 아내가 시킨 대로 베를 갖고 시장에서 팔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사야겠는데 어디가서 어떻게 사야할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이리저리 싸다니는데 나무 그늘에 나이 많은 노인이 하릴없이 담배만 빨고 있었다.
"그래 나이가 많아야 이야기를 많이 갖고 있을 거야."
그리고는 노인에게 다가가서 돈을 디밀면서 이야기를 팔라고 조른다. 노인은 이런 딱한 사람 봤나 하고 눈만 끔벅이는데 이야기를 팔라고 성화를 부리는 게 빚 받으러 온 빚쟁이 같았다. 노인도 아는 이야기가 없어 논 가운데를 보니 황새 한 마리가 논에 내려앉는다.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휑 날아든다."
황새가 성큼성큼 걸어 다니자
"성큼성큼 걸어온다."
황새가 목을 빼고 두리번두리번하니,
"둘레둘레 살핀다."
다시 논고동을 입에 물고 휑 날아가자.
"물고 달린다."
이렇게 말하자 그것도 이야기라고 잊지 않기 위해 외우며 집으로 돌아왔다. 밤이 되어 남편이 마주앉은 아내에게 이야기 사온 것을 알려 준다.
"휑 날아든다."
그때 도둑이 담을 넘어 마당에 내려 서다가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설마 자기를 보고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데,
"성큼성큼 걸어온다."
그런다. 이게 무슨 소리냐. 누가 보고 있는가 싶어 고개를 빼 이리저리 살피니,
"둘레둘레 살핀다."
들켰구나 싶어 부엌의 솥을 들고 막 나가려는데
"물고 달린다."
아이쿠 내가 하는 짓을 모두 보고 있었구나 하고 도둑은 솥을 내동댕이치고 도망을 가버렸다.
부부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그것도 이야기라고 밤새도록 그 말만 되풀이하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