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시실

한지의 질감과 유등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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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라, <기억하는 이미지들>, 2024, 드로잉, 가변설치

무엇보다 "드로잉'이라는 어원이 '그리다; 이외에도 '추출하다', '꺼내다', '도출하다' 등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한 개인으로서 미술가가 무슨 생각으로 작업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고 찾고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그동안 왜 그렇게 지역성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 상호작용에 중요성을 가져왔는지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찾게 된다. 또한 이번 드로잉 전시는 기법적으로 한지 위에 기름 물감을 사용한 측면에서 진주 유등과 개념을 같이 한다.

이번 진주남강유등전시관에 선보이는 김기라의 드로잉 전시는 제시된 사물, 사건들은 단순한 인물, 사물,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밟고 있는 땅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우리가 잊고 있거나 대면하고 싶지 않은 진실들 아래 서로에게 가하는 폭력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우리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인간과 사회관계의 모순들, 그리고 그 못된 세상에서 분열적 모습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예술가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에서 목소리를 얻지 못한 복합적 상징들이며 동시에 다시 사랑하고 새로운 자유를 만들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며, 사랑과 휴머니티는 동일어가 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전한다.

진주 유등의 역사가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에서 왜군이 강을 건너는 것을 저지하고,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남강에 띄운 것처럼 작가는 한지 위에 오일 컬러 물감을 사용하며 그려낸 그의 드로잉과 그 작품들 안에는 깊은 성찰, 휴머니즘을 이끄는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구체화된 방식으로 만들어내며 동시대 미술 안에서 치유적 가치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