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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의 정원
어머니의 항아리, 나의 오랜 꿈을 담다 "제가 어릴 때부터 꽃을 참 좋아했어요. 아이들 셋이 모두 대학에 들어가고, 이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야겠다 싶어서 남편과 함께 시골로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꽃을 사랑했던 소녀의 꿈이 17년의 세월을 만나 비로소 뿌리를 내렸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분을 키우며 아쉬움을 달래던 시간은 이제 흙을 직접 만지고 가꾸는 기쁨으로 채워졌다. 정원 곳곳에 자리한 크고 작은 항아리들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다. 항아리를 유독 소중히 여기셨던 친정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자, 식물이 숨 쉴 수 있도록 돕는 생명의 그릇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이 정원에서, 그녀의 오랜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호수의 숨결, 돌과 꽃의 노래 "단단하고 거친 바위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주니, 그 옆에 있는 여리고 부드러운 꽃들이 더 돋보이는 것 같아요. 강함과 부드러움이 서로를 받쳐주며 만들어내는 그 조화로움, 그것이 제가 의도한 가장 큰 아름다움입니다.” 대문만 나서면 바로 보이는 진양호의 탁 트인 풍경은 정원의 일부가 되어 평화로움을 더한다. 정원사는 꽃나무, 물, 그리고 돌의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부러 커다란 바위 틈 사이에 여러해살이 야생화를 심어, 마치 자연 속에서 저절로 피어난 것처럼 보이게 했다. 굳건한 바위와 가녀린 꽃잎이 서로를 의지하며 만들어내는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정원에서 피어나는 꽃차 이야기 이곳의 정원사 김옥순 대표는 단순히 꽃을 가꾸는 일을 넘어, 그 꽃으로 향기로운 차를 만드는 '교연당꽃차연구원'의 원장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정원은 아름다운 풍경이자, 가장 신선하고 귀한 재료를 얻는 소중한 연구의 장이다. 호숫가의 정원에서 자라는 꽃들은 단순한 관상용을 넘어, 그녀의 손끝에서 향기로운 '꽃차'로 다시 태어난다. 정성껏 기른 꽃잎 하나하나를 직접 따고 덖으며 자연의 순수한 에너지를 차 한 잔에 오롯이 담아내는 과정은, 정원을 가꾸는 또 하나의 큰 기쁨이다. 그녀의 정원은 눈과 마음뿐만 아니라, 향기로운 차 한 잔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봄날의 웃음소리, 겨울의 깊은 위로 손주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봄날은 정원에 가장 큰 활기를 불어넣는다. 하지만 정원사의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정원의 진짜 얼굴은 의외로 '겨울 정원'의 모습이다. 모든 꽃이 지고 난 뒤, 비로소 드러나는 돌의 단단한 멋과 그 곁을 지키는 푸른 맥문동과 만년청의 조화. 만년 동안 푸르다'는 만년청의 꿋꿋한 모습에서 그녀는 깊은 위로를 얻는다. 정원에 깃든 작은 생명들 '호숫가의 정원'은 다양한 소리와 향기로 가득하다. 가을밤, 바람에 마른 나뭇잎이 '사르르' 굴러가는 소리는 더없이 정겹고, 저녁 무렵 피어나는 옥잠화의 맑은 향기는 밤새도록 정원을 감싼다. "저희 집 소나무 밑 돌에 물을 받아두면 '곤줄박이'라는 새가 와서 목욕을 하고 가는데, 그때 내는 소리가 참 정겨워요.“ 정원을 가꾸는 일은 결국 마음을 가꾸는 일과 같다고 정원사는 말한다. 흙을 만지고 작은 생명을 돌보면서 얻는 평온함과 기쁨이 무엇보다 크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작은 화분 하나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녀의 말처럼, 아름다움은 꼭 크고 화려한 것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멋진 항아리에 심어놓으면 몇 천 원짜리 작은 꽃 한 포기도 근사한 작품이 되듯, 작은 관심과 정성만 있다면 누구든 자신만의 정원을 가꿀 수 있다. '호숫가의 정원'은 그 소박하지만 위대한 진리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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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정사 (雲峯精舍)
선조의 터전, 옛 선비의 정신을 품다 "이곳은 제가 태어난 곳이자 우리 선조들께서 대대로 살아오신 터전입니다. 18년 전, 낡은 집을 옛 형태 그대로 복원하면서 이 정원도 함께 가꾸기 시작했지요.“ ‘운봉정사’의 시작은 선조의 유산을 지키고 그 정신을 이어가려는 깊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운봉’은 정원사의 집 어르신의 호이며, ‘정사’는 옛 선비들이 학문을 닦던 공간을 의미한다. 이름처럼 이곳은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자연의 순리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길 바라는 정원사의 철학이 담겨있다. 살아있는 교육장 - 50여 종의 나무 이야기 정원에는 감나무, 대추나무, 앵두나무, 비파나무 등 우리네 삶과 밀접했던 50여 종의 나무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자라고 있다. 기관지에 좋다는 비파나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는 남천 등, 각 나무가 가진 의미와 쓰임새를 방문객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정원사의 큰 기쁨 중 하나다. 그의 정원은 바라보는 즐거움을 넘어,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고 느끼는 소중한 터전이 되고 있다. 자연스러움의 미학(美學), 열린 정원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인위적으로 꾸민 화려함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속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입니다. 옛 선비들이 그러했듯이, 과하지 않고 단정한 멋을 추구했지요.“ ‘운봉정사’는 과시하지 않는 한국적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준다. 제멋대로 자라지 않도록 정성껏 순을 집어준 소나무의 기품, 4월부터 6월까지 차례대로 피어나도록 계산하여 심은 연산홍의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정원사의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특히 담을 일부러 낮게 만들어 밖에서도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한 것은, 좋은 것을 감추기보다 함께 나누고 즐기고자 하는 선비의 열린 마음을 닮았다. 행복한 노동, 자연의 보답 1,370㎡에 달하는 넓은 정원을 가꾸는 일은 고된 노동의 연속이다. 하지만 정원사는 이를 '행복한 노동'이라 말한다. 봄에 꽃이 만개하고 가을에 열매가 가득 달린 모습을 보면 그 모든 힘든 것을 잊게 되기 때문이다. 만 리를 간다는 '금목서'의 짙은 향기와 정원을 감싸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매일 아침 자연이 주는 보답을 온몸으로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정원을 가꾸는 것은 정원사에게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과 같다. 새벽 일찍 일어나 정원을 거닐며 어제와 달라진 나무의 모습을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여는 그의 모습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선인의 풍류를 엿볼 수 있다. ‘운봉정사’는 이제 한 개인의 뜰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우리 전통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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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원(笑小園)
땅을 밟고 싶은 꿈, 부부의 행복한 노동이 되다 "평생을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 제가 워낙 화초를 좋아해서 집안에 화분이 자꾸 늘어나는 걸 보면서, 언젠가는 저 화분들을 땅에다 직접 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50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땅을 밟고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고, 3년 전 이곳에 집을 지으면서 그 꿈을 비로소 이루게 되었습니다.” ‘소소원’의 시작은 남편의 오랜 꿈이었다. 베란다를 가득 채웠던 화초들을 언젠가 땅에 옮겨 심어주고 싶다는 소망. 그 소박한 꿈이 아내의 든든한 지지와 만나 비로소 현실이 되었다. 농촌 생활 경험이 전무했던 부부에게 정원을 가꾸는 일은 모든 것이 처음이었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었기에 힘든 줄도 몰랐다. 황무지 같던 땅이 부부의 땀방울로 조금씩 제 모습을 갖춰갈 때, 그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 되었다. 사계절의 약속, 봄날의 눈부신 풍경 소소원의 봄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겨우내 기다렸던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며 정원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꽃다발처럼 변한다. 부부는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정원을 꿈꿨고, 그 바람대로 소소원은 계절마다 다른 색의 옷을 갈아입는다. "저희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봄'입니다. 저희 정원은 봄에 가장 화려한 옷을 입거든요. 특히 담장을 따라 심은 '으아리(클레마티스)'가 만개했을 때의 풍경은 정말 눈이 부십니다." 향기 또한 다채롭다. 어느 한 가지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꽃들이 저마다의 향기를 뿜어내고, 그 향기들이 바람에 섞여 만들어내는 은은한 향의 조화는 소소원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물까치와 직박구리의 맑은 노랫소리는 이 평화로운 교향곡의 완벽한 시작을 알린다. “'소소원'은 '웃음 소(笑)'자에 '작을 소(小)'자를 써서, '작은 웃음이 피어나는 정원'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름처럼 저희는 크고 화려한 것보다는 작고 소박한 것에서 더 큰 기쁨을 느낍니다.” 부부는 한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규모이기에 오히려 정원 구석구석, 식물 하나하나에 더 깊은 애정을 쏟을 수 있다고 말한다. 비싼 나무 한 그루보다,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제 힘으로 꽃을 피워내는 그 과정 전체가 부부에게는 감동이고 아름다움이다. 정원은 작은 것에서 느끼는 기쁨이야말로 이들 부부가 정원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다. 새벽을 기다리는 설렘, 함께 가꾸는 기쁨 “가장 행복한 순간은 이른 아침, 식사 전에 부부가 함께 정원을 거닐 때입니다. 밤 사이 혹시 무슨 일이 없었나, 새로 핀 꽃은 없나 둘러보는 거죠. '어, 저 꽃이 피었네' 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이 저희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소소한 순간'입니다.” 소소원의 하루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된다. 새벽 동이 트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정원을 거니는 것으로 하루를 여는 부부. 밤새 잘 있었는지 식물들의 안부를 묻고,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에 설레는 시간이다. 자연스럽게 힘쓰는 일은 남편이, 섬세한 작업은 아내가 맡는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땀 흘리는 시간 덕분에 부부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정원은 부부에게 가장 완벽한 취미 공간이자 최고의 대화 공간이다. 정원을 넘어, 이웃과 함께 피우는 동네의 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은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된 것입니다. 삽목(꺾꽂이)으로 키운 식물들이 잘 자라면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동네 분들이 저희 정원을 보시고는 꽃씨를 얻어가기도 하세요.” 소소원의 울타리는 낮다. 부부는 정성껏 키운 꽃과 나무를 이웃과 나누며 정원을 가꾸는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그들의 작은 나눔은 동네 전체를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고 싶다는 더 큰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아내가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원을 가꿔주니 늘 고맙지요. 가끔은 '내가 전원생활하자고 해서 괜히 고생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함께 땀 흘리고, 같이 웃을 수 있어서 참 고맙고 행복합니다." "저는 항상 고맙게 생각해요. 제가 정원을 가꾸는 데 있어서 조금 까탈스러운 면이 있는데도 남편이 그걸 다 받아주고 이해해주니까요. 함께 정원을 가꿀 수 있어서 정말 좋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즐겁게 함께하고 싶습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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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틴가든
주인장은 낡은 목욕탕 건물을 허무는 대신, '서부탕'이라는 옛 간판과 마룻바닥, 벽체 등 공간이 가진 시간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남겨두었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성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진주 시민들과 여행객 모두가 편안하게 쉬어가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정원의 심장, 낭만이 샘솟는 분수 "분수는 저희 정원의 심장과도 같습니다.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물줄기는 생명력과 활기를 상징하고, 잔잔하게 퍼지는 물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에 평온함을 가져다주죠." 정원의 중심에 자리한 유럽풍 분수는 파운틴 가든의 상징이다. 과거 목욕탕이었던 이 공간의 '물'이라는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분수는,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방문객을 이국적인 풍경 속으로 초대한다. 진주성이라는 가장 한국적인 공간 바로 옆에서 마주하는 유럽의 작은 광장. 그 색다른 어울림이 주는 특별한 감동이야말로 파운틴 가든이 선물하는 가장 큰 매력이다. "음식은 단순히 입으로 맛보는 것이 아니라 눈과 귀, 코로 함께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원을 통해 손님들의 식사 시간을 단순한 한 끼가 아닌, 오랫동안 기억될 '특별한 장면'으로 만들어 드리고자 합니다." 이웃과 함께 가꾸는 동네 사랑방 오래된 도심 속 건물에 정원을 만드는 일은 기술적인 어려움보다 이웃과의 관계가 더 큰 난관이었다. 공사 초기 소음과 불빛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지만 주인장은 피하지 않고 진심으로 다가갔다. 정원 나뭇잎에 막힌 이웃집 물받이를 청소해주고, 막힌 하수구를 함께 뚫으며 이웃들의 마음도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진심을 다해 노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주민들이 먼저 "아이고, 잘 있나" 하며 인사를 건네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파운틴가든은 동네 어르신들의 편안한 쉼터이자, 모두가 함께 가꾸는 정겨운 '사랑방' 이 되었다. 이웃과 나누는 따뜻한 안부 인사가 지금은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이다. 낮의 정원, 밤의 문화, 그리고 미래의 꿈 해가 지고 정원에 조명이 켜지면,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푸르게 빛나던 파운틴가든이 새로운 문화의 옷을 입는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밤의 정원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무대가 되어, 때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특별한 날의 파티가 열리는 낭만적인 공간으로 변신한다. 한여름 밤에는 '포차'를 운영하며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시원한 밤의 추억을 선물하기도 한다 "진주성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저희 정원이 '꼭 들러야 할 명소'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 플리마켓이나 야외 전시회 등 진주의 문화공간으로써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작은 음악회와 결혼식, 돌잔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며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파운틴 가든. 진주가 더 매력적인 도시로 발전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은 정원의 나무처럼 푸르게 자라나고 있다. 파운틴가든에서의 시간은 오래된 목욕탕의 추억과 유럽 정원의 낭만, 이웃의 따뜻한 정이 어우러져 한 페이지의 행복한 기억으로 기록된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편안한 분수 소리와 향긋한 꽃향기까지. '오늘 하루, 가장 행복한 순간'을 경험하고 싶다면, 망설임 없이 이곳의 문을 열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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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의 뜰
땅 위에 그림을 그리다 평생 꽃 없이는 못 살 정도로 꽃을 사랑했던 아내의 오랜 꿈은 남편이라는 든든한 동반자를 만나 비로소 땅 위에 펼쳐졌다. “제 오랜 꿈은 예쁜 정원을 가꾸며 제 미래를 함께 키워가는 것이었어요. 남편이 틈틈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인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나는 땅 위에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결심했죠.” 처음에는 아내의 열정에 이끌려 시작했지만, 이제는 남편도 정원 가꾸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 최고의 파트너가 되었다. 황무지 같던 땅에 부부의 땀방울이 스며들어 조금씩 제 모습을 갖춰갈 때, 그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 되었다. 만남의 정원 대문으로 들어서는 입구 쪽은 찾아오는 모든 이를 반갑게 맞이하는 만남의 공간이다. 환영의 의미를 담은 장미 아치와 길가에 늘어선 패랭이꽃이 먼저 인사를 건네고,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정겨운 교감이 시작된다. 고요의 정원 파라솔이 있는 안쪽 공간은 나무들이 사방을 감싸고 건물이 바람을 막아주어 유독 아늑하고 평온하다. 특히 달이 뜬 밤이면 세상의 소음이 모두 잦아드는 듯한 깊은 정적 속에서 온전한 고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바람의 정원 오솔길 너머 넓은 뜰은 언제나 시원한 바람이 자유롭게 머무는 공간이다. 이곳에 서 있으면 복잡했던 마음이 바람결에 씻겨나가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생각과 창의적인 영감이 떠오르곤 한다. 자연과 어우러진 예술가의 시선 ‘류정의 뜰’이 특별한 것은 부부의 예술가적 감성이 정원 곳곳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솔길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손수 만든 것으로, 마치 정원의 혈맥처럼 모든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정원의 오솔길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예쁜 오솔길이 꽃과 어우러지는 게 정말 아름답고 걸을 때 뿌듯함과 행복이 넘칩니다." 남편 역시 이 길을 걸으며 명상에 잠길 때마다 창작의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하니, 이 길은 부부에게 영감의 원천인 셈이다. 그 영감의 결실들은 정원 곳곳에 놓인 시화(詩畫)가 되어 뜰의 풍경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정원 너머로 보이는 산등성이의 능선이 참 아름다워요. 어느 날 마루에 앉아있는데, 정원 소나무가 너무 자라서 그 멋진 풍경을 가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에게 부탁해 산등성이의 라인에 맞춰 나무의 키를 조절했습니다." 정원 안의 풍경과 밖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이 완성된다는 부부의 철학은 정원을 살아있는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정원의 사계, 그리고 부부의 교향곡 “저희 정원의 가장 특별한 소리는 남편과 제가 정원을 가꾸며 나누는 다정한 대화와 저희가 함께 듣는 음악 소리이고, 가장 진한 향기는 마주 앉아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의 향기입니다.” ‘류정의 뜰’의 진짜 소리와 향기는 부부의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 물론 사계절 피는 장미 향과 정겨운 물까치 소리, 마음을 맑게 하는 딱따구리 소리도 정겹다. 하지만 그 모든 자연의 소리 위로, 서로의 온기가 담긴 일상의 순간들이 어우러져 ‘류정의 뜰’만의 특별한 교향곡을 만들어낸다. 특히 부부는 주말이면 더 일찍 일어난다. 정원이 보고 싶다는 설렘 때문이다. 이른 아침, 함께 정원을 거닐며 밤새 안녕했는지 식물들의 안부를 묻는 시간은 비할 데 없는 기쁨이다. 함께 나누는 뜰, 문화가 머무는 공간 "정원이 단지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웃고, 음악과 시를 나누고, 추억을 쌓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류정의 뜰’은 부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아내의 기타 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작은 음악회를 열고, 남편의 동창들이 찾아와 정겨운 시간을 갖는다. 특히 시인이자 작가인 남편은 이 아름다운 정원을 배경으로 직접 쓴 시와 그림을 전시하는 ‘시화전’을 열기도 한다. 정원은 사람과 문화가 더해져 더욱 풍성해진다. 특히 이곳은 국민가수 우승자 박창근 가수님의 팬카페 회원들이 자주 찾아와 교류하는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다. 팬들은 이 아름다운 정원에서 가수에 대한 애정을 나누며 소중한 추억을 쌓아간다. 정원사는 그런 팬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언젠가 박창근 가수님이 직접 이곳에 들러 팬들이 사랑하는 이 정원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즐거운 나눔의 장소, 이곳에서 ‘류정의 뜰’의 이야기는 새로운 꿈과 함께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류정의 뜰’은 부부의 오랜 꿈과 행복한 노동이 빚어낸 결실이다. 땅 위에 그려낸 부부의 그림은 이제 정원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기쁨을 전하고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와 자연 속에서 좋은 기운을 얻어 가길 바란다는 부부의 말처럼, 이곳에서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화로운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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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온(精溫)
정성과 온기로 피어난 가족의 뜰 ‘정온’의 시작은 소박했다. 하지만 그 소박한 마음이 10년 넘는 세월 동안 꾸준한 정성과 만나자, 뜰은 200여 종의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성한 가족의 정원으로 자라났다. 정원사에게 가장 큰 기쁨은 스무 명이나 되는 대가족이 모두 이 정원에 모여 함께 웃고 즐길 때다.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어른들은 숯불에 고기를 구우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파트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사람 사는 온기, ‘정온’은 바로 그 온기를 품은 공간이다. 정원에서 이어지는 삶의 지혜 ‘정온’의 정성은 꽃을 가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정원은 가족의 전통과 맛이 이어지는 살아있는 부엌이자 배움의 터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배추와 채소로 김치를 담그고, 장독대에서는 세월의 맛이 익어간다. 직접 기른 작물을 이웃과 나누며 ‘베푸는 재미’를 느끼는 정원사님의 모습에서 정원이 가르쳐준 삶의 지혜와 풍요로움을 엿볼 수 있다. "김장을 하고, 젓갈을 담그고, 메주를 쑤는 일 같은 큰 일들은 꼭 이 집 마당에서 온 식구가 모여 함께 하거든요. 그렇게 정성을 쏟으면, 정원은 저희에게 '온기'를 돌려줍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자라는 놀이터 “아이들에게 이만한 놀이터가 또 어디 있겠어요. 아파트에서는 '뛰지 마라' 소리부터 듣잖아요. 여기서는 마음껏 소리치고 뛰어다녀도 괜찮으니 그저 신이 나죠.” 손주들에게 ‘정온’은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놀이터다. 흙을 만지고, 꽃의 이름을 배우고, 새가 살아가는 모습을 눈으로 보며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자란다. 저녁에는 텐트를 쳐 놓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이 들기도 한다. 정원 가득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정온’을 살아있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다. 구석구석, 이야기가 깃든 풍경 ‘정온’의 풍경은 아기자기한 소품들 덕분에 더욱 풍성하다. 처마 끝에 달린 물레방아 모양의 ‘낙수받이’는 비 오는 날이면 더욱 운치를 더하고, 이웃 목공예가가 만들어준 솟대는 정원의 안녕을 기원하듯 든든히 서 있다. 30년 넘은 집을 수리하며 나온 낡은 기와들을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올려 만든 장독대 담장까지. 정원사의 애정 어린 손길이 닿은 이곳은 어느 한 곳 허투루 만들어진 것 없이, 저마다의 따뜻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정원은 눈에 비치는 풍경 이상으로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공간이라고, 정원사는 말한다. ‘정온’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따뜻한 정과 온기를 듬뿍 느끼고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모르는 이가 찾아와도 마치 한 가족처럼 어울릴 수 있는 정겨움이 살아 숨 쉬는 곳. 정성과 사랑으로 가꾼 이 뜰에서, 가족의 화목함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 사계절 내내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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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틱퀼트의 정원
이름에 얽힌 이야기 "저희 집은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오래된 집이예요. 이 집이 가진 세월의 흔적, 즉 '앤틱'한 멋을 살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정원은 마치 여러 색과 질감의 천 조각을 이어 붙여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퀼트' 작업과 같다고 생각했죠." ‘앤틱퀼트’라는 이름에는 낡고 오래된 것에서 오는 편안함과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조화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은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는 이곳은, 흙을 만지고 꽃과 눈을 맞추던 할머니의 꽃밭을 늘 마음속에 그려왔던 정원사님의 따뜻한 추억이 깃든 공간이다. 도심 속, 캔버스에 그린 수직의 정원 ‘앤틱퀼트의 정원’의 가장 큰 매력은 제한된 공간을 하늘로 확장한 ‘수직 정원’이라는 점이다. 좁은 공간일수록 시선을 위로 끌어올려야 답답하지 않다는 정원사의 예술가적 감각은 낡은 담장과 계단을 화려한 꽃의 무대로 탈바꿈시켰다. "제가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래서 정원을 가꿀 때도 마치 하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구상합니다. '이 벽에는 어떤 색의 꽃을 올리면 좋을까?', '저 기둥에는 어떤 넝쿨이 타고 올라가면 멋질까?' 하고 머릿속으로 계속 스케치를 하는 거죠." 봄이면 담장을 타고 흐르는 하얀 찔레꽃과 노란 개나리 자스민, 여름이면 벽을 수놓는 붉은 능소화까지.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은 삭막한 도시의 틈새 공간을 생명력 넘치는 예술 작품으로 채운다. 사계절의 생명력과 나누는 온기 이 작은 정원은 사계절 내내 저마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봄의 찬란함이 지나간 자리에는 또 다른 생명들이 온기를 이어간다. "저희 정원의 소리는 '새들의 노랫소리'입니다. 특히 겨울철, 앙상한 모과나무 가지에 사과 한 조각을 꽂아두면 귀한 동박새가 어김없이 찾아와요." 먹이가 부족한 겨울, 작은 생명들을 위해 내어준 사과 한 조각의 온정은 아름다운 새소리로 정원에 되돌아온다. 초가을, 주렁주렁 열린 대봉감이 익어가는 풍경 또한 놓칠 수 없는 정겨움이다. 계절의 흐름에 맞춰 정원의 주인공을 계속 바꿔주는 정원사님의 부지런함 덕분에, 이곳은 일 년 내내 비어있는 순간 없이 늘 풍성하다. 정원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계절에 대한 관심'이에요. 꽃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부도 하게 되어 3년 전에는 조경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식물들이 서로 잘 어울려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계절의 흐름에 맞춰 정원의 주인공을 계속 바꿔주는 것, 그것이 작은 공간을 늘 풍성하게 유지하는 저만의 방법입니다." 정원사의 정원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녀의 세월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마치 한 편의 작품처럼 빛나고 있었다. 한겨울에도 봄처럼 설렘을 전하는 이 공간에는 '앤틱퀼트'라는 이름이 숨 쉬고 있었고, 이름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정원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추위 속에서도 마음을 환하게 피어나게 만들었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정원사와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온기를 선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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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드 펄 (Garden de pearl)
진양호의 푸른 물결, 진주를 품은 정원 진주 여행의 시작점, 진양호 공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표 같은 공간이 있다. 현대적 건축미가 돋보이는 건물과, 그 앞마당에 보석처럼 펼쳐진 ‘가든 드 펄’. 조경업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보며 ‘정원이 있는 공간을 꿈꿨다’ 는 정원사의 오랜 다짐이 담긴 이곳은,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을 넘어 진주를 찾는 이들에게 ‘쉼표’ 같은 장소가 되어주고 싶다는 바람과 맞닿아 있다. 아버지께 어깨너머로 배운 자연의 아름다움이 이제 아들의 손끝에서 진주를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피어나고 있다. 진주를 품은 이름, 조개를 닮은 정원 "카페 이름인 '드 펄(de Pearl)'은 프랑스어 de 와 영어 pearl 합성어로 '진주로부터(From pearl)'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루프탑에서 정원을 내려다보시면, 동선 자체가 거대한 조개껍데기 모양으로 디자인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조개 안에 동그란 조명과 디딤석들을 마치 진주알이 박혀 있는 것처럼 배치했죠.“ ‘가든 드 펄’은 그 이름처럼 도시 ‘진주(Jinju)’와 보석 ‘진주(Pearl)’의 의미를 모두 품고 있다. 정원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보이는 조개 모양의 산책길과 그 안에 자리한 진주알 같은 조명들은 정원사의 세심한 의도가 빚어낸 한 폭의 그림이다.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귀한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쁨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정원 곳곳에 스며 있다. 낮의 숲과 - 밤의 바다 가든 드 펄의 매력은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두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낮의 정원이 숲에 둘러싸인 자연의 느낌이라면, 밤의 정원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화려함과 은은한 분위기를 동시에 가집니다. 저는 밤의 정원이 마치 깊은 바닷속 풍경 같다고 생각해요." 낮에는 푸른 잔디와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해가 지고 정원에 조명이 켜지면, 둥근 오브제들은 마치 바닷속 진주처럼 빛을 발하며 공간을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 채운다. 자연의 시간, 진주의 맛 "저희는 계절의 변화를 메뉴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오면 고구마 라떼를, 겨울에는 수곡의 신선한 딸기로 직접 케이크를 만들죠. 정원의 변화는 저희에게 늘 새로운 영감을 줍니다." 가든 드 펄의 정원은 보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카페의 메뉴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계절의 흐름에 맞춰 정원이 옷을 갈아입듯, 카페에서는 진주 지역의 신선한 농산물을 활용한 새로운 메뉴들을 선보인다. 정원에서 자연의 시간을 느끼고, 카페에서 진주의 맛을 즐기는 경험은 방문객들에게 오롯이 이곳만의 특별한 기억을 선물한다. 모두를 위한 열린 쉼터 "진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겠다는 큰 목표가 있었습니다. 방문객들에게 진주의 아름답고 세련된 첫인상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쉼표'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원사의 바람처럼, 가든 드 펄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탁 트인 잔디밭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고, 연인들은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다. 한편에는 ‘작은 숲에서 한가로이 거닌다’는 뜻의 ‘소요소림’이라는 조용한 공간을 마련해, 온전한 휴식이 필요한 이들을 배려했다. 앞으로 진주의 마스코트 ‘하모’ 포토존, 겨울의 크리스마스 장식 등으로 지역 사회와 더 가까이 소통하며, 진주의 자랑거리가 되고자 하는 따뜻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