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옛날에 판서 벼슬을 한 조씨가 있었다. 하루는 사랑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어떤 늙은 스님이 찾아 와 시주를 받으려고 염불을 하였다. 한참 단잠에 들어 있던 조판서는 이 소리에 그만 잠이 달아나 버렸다. 조판서는 하인을 불러 그 동냥중을 당장 내쫓으라고 호령하였다. 늙은 스님은 힘센 하인에게 멱살이 잡혀 대문 밖으로 끌려 나갔다. 그러나 쫓겨난 스님은 다시 들어와 또 염불을 하였다. 참지 못한 조판서는 하인에게 죽도록 매질을 하게 했다. 늙은 스님은 겨우 몸을 추슬러 마을을 떠났다.
그 뒤 조판서가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늙은 스님이 마을로 다시 찾아왔다. 귀봉산에 올라보니, 조판서가 묻힌 자리가 천하의 명당이었다. 호수를 가운데 두고 있는 묏자리가 지네혈인데, 건너편 소음 마을 쪽 산이 닭혈이고, 그 오른편 동물마을 쪽에 있는 산이 삵갱이혈이었다. 그런데 그 중간에 넓은 호수가 걸림돌처럼 가운데 놓여서 닭이 지네를 잡아먹을 수 없고, 닭이 움직이지 않으니 삵갱이가 닭을 잡아먹을 수 없도록 절묘한 균형을 이룬 천하의 명당 자리였다. 늙은 스님은 조판서에게 당한 수모를 잊지 못해 호수 한 가운데 돌을 던지면 춤을 추는 신기한 허수아비를 세워 놓았다. 호수 한 가운데 서 있는 이상한 허수아비를 본 사람들은 허수아비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기 위해 돌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는데, 동네 아이들도 몰려나와 너도나도 호수에 돌을 던졌다. 그렇게 던져진 돌이 차츰 넓은 호수를 메우게 되었다. 넓은 호수가 마침내 다 메워져 평지처럼 되자 천하의 명당자리도 그 힘을 잃었다. 닭혈의 닭이 지네를 잡아먹게 되고 닭이 움직이니 삶갱이가 날뛰는 형국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 뒤로 조판서의 가문은 더 이상 번창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조판서의 무덤 옆에는「향계」라는 처녀 노비의 무덤이 있는데 이는 순장묘(殉葬墓)라고 전해지고 있다. 생매장된「향계」의 어머니는 감히 상전의 무덤 옆에는 가지 못하고 들판 가운데 있는 숲 옆에서 불쌍한 딸의 무덤을 바라보면서 통곡하고 애절히 울부짖었다고 하며 그 숲을 「향계」숲이라고 한다.
또 쑥밭들에는 논밭을 갈면 놋물(쇳물)이 많이 뜨는 것을 볼 수 있는바 이것은 사위가 동비(銅碑)를 배로 싣고 오다가 호수에 빠뜨려서 산화되어 놋물이 되었다 한다. 또 요즈음은 말라리아(푸심)가 근절되어 거의 볼 수 없으나 옛날에는 큰 병으로 여겼는데 말라리아 환자가 조판서의 무덤 옆에서 잠을 자면 꿈에 조판서가 나타나 묘역을 침범하였다 하여 호되게 꾸짖는 서슬에 놀라 잠을 깨면 말라리아가 말끔히 치유되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잘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