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寺奉面 武村里에 姜씨라는 큰 부자가 살고 있었다. 재산은 많았지만 인색하기 짝없어 먼 곳 까지 소문이 자자했다. 거지에게 동냥은커녕 쪽박을 깨는 건 예사고 스님에게 시주 대신 욕보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 소문을 들은 어느 절의 고승(高僧) 한 분이 못된 버릇을 고쳐 주겠다고 단단히 벼렀다. 탁발승이 되어 부잣집 문 앞에 들어서니 부자는 하인을 불러 묶으라고 시켰다. 그러나 고승은 눈썹도 까딱하지 않고 주인에게 말을 건넨다.
"어르신, 소승이 묶이는 건 별게 아닙니다만 주인댁을 보니 한가지 빠진게 있는 것 같아 그것이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대신 저를 묶지 말아주십시오."
주인 영감은 가만히 생각하니 뭔가 예사로운 중이 아닌 듯하여 묶는 것을 중단하고 묻는다.
"뭔고? 말해보게."
"네, 이 댁을 보니까 재물은 있지만 권세가 없네요. 돈과 권세를 함께 누려야 세도 있는 집이란 소리를 듣지요."
이러고는 발길을 돌리려 한다.
주인 영감은 고승의 앞길을 막으며 좀 전과는 달리 겸손하게 묻는다.
"스님, 스님 말이 맞소이다. 내 재물은 있는데 권세가 없소. 제발 좀 그 방법을 가르쳐 주시오."
고승은 못이기는 체 하며 일러준다.
"글쎄요. 이 마을의 산세를 보아하니 저 건너 흐르는 냇물을 이쪽으로 돌려 마을 앞으로 지나가게 하면 권세도 얻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고는 도망치 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 일이 있은 후 냇물(지금의 반성천)을 마을쪽으로 돌리는 일이 마을의 숙원사업이 됐다. 강부자가 마을 전체에 이익이 된다는 소문을 퍼뜨렸는지, 아니면 이렇게하라고 일러준 고승이 강부자를 망하게 하기 위한 일이라고 말해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앙갚음하기위해 나선 것인지는 모르지만 마을 사람 모두가 이의 실현을 위해 전전긍긍했지만 워낙 큰 공사여서 쉽게 이룰 수가 없었다.
그 때 이 마을 李씨 가문에 큰 효자가 하나 났다. 그 소문은 나라에서도 알게되어 상을 내리게 됐는데 효자는 서울까지 가서 효자상을 받는 영광을 얻었다. 임금까지 배알(拜謁)하게 돼 후한 상을 받고는 그는 임금이 소원을 말해 보라고 하자 대뜸 반성천을 돌리는 게 온 마을 사람들의 숙원이고 자신의 소원이라고 했다. 그는 냇물이 마을 쪽으로 흐르면 고기를 잡아 부모에게 대접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임금은 뜻이 가상하여 쾌히 승낙했고 그가 마을에 당도하니 이미 공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곧 공사가 끝났고 그와 동시에 강부자는 권세를 얻기는 커녕 재산을 다 날리고 쫄딱 망하고 말았다.
그것은 고승의 앙갚음이었는데 지형 지세가 반성천을 그대로 두면 강부자의 재산은 늘지만 물길을 돌림으로써 망하게 되는 것이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옛날 반성천이 흐르는 흔적과 큰 웅덩이 몇개가 남아 있었으나 경지 정리를 하면서 없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