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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현면 장흥마을에 '광진교'라는 다리가 있었다. 지금은 진주∼합천간 도로공사로 말미암아 없어졌지만, 당시만 해도 제법 잘 만들어진 다리로 소문나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광진교 아래 강이 매우 깊어 해마다 사람이 1명씩 물에 빠져 죽곤 했다고 한다.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은 다음 해에는 어찌 된 일인지 사람은 다치지 않고 광진교를 지나던 소 한 마리가 다리 난간에 발이 끼었는데 사람들이 구하려 했으나 그만 죽고 말았다고 한다.
촌로(村老)들은 해마다 광진교에서 사람이나 가축이 빠져 죽거나 사고를 당하자, 대비책을 세우기로 했으나 뚜렷한 방책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참에 어떤 촌로(村老)의 꿈에 광진교에서 빠져 죽은 귀신이 나타났다.
그 귀신은 "우리가 지금 풍물패를 만들고 있는데 북 치는 사람, 장구 치는 사람, 꽹과리 치는 사람은 있는데 피리 부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귀신은 "아참, 내일 합천에서 한 사람이 올 테니 그를 포함하면 되겠다"는 말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튿날 그 촌로는 아침 일찍부터 온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지난밤 꿈이 야기를 하고는 함께 광진교로 달려갔다.
'그냥 꿈이겠지'하는 반신반의 하는 표정으로 기다리던 마을 사람들은 멀리서 짐을 메고 걸어오는 봇짐장수를 발견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왕래하던 다리여서,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겠지'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마디 물어보았다.
"댁은 어디서 오는 사람이요"
그러자 봇짐을 맨 그 사람은 "합천에서 오는 길인데 오늘이 진주 장이어서 물건 내다 팔러 가는 길이요"라고 대답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다시 물었다. "그래, 봇짐 속에 든 물건은 무엇이요"하자, 그 봇짐장수는 "나는 피리를 만드는 사람인데, 내일이 기제사여서 물건 좀 하러 가는 길이요"라고 답했다.
귀신 꿈을 꾼 촌로는 앞으로 달려나와, 봇짐장수의 손을 잡고 어젯밤에 꾼 꿈의 내용을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그리고는 "오늘은 이 광진교를 지나지 말고 다른 길로 돌아가시오"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그 봇짐장수는 "진주로 가려면 이 광진 다리 밖에 없는데 어디로 둘러가란 말이요"라며 버럭 화를 내고는 광진교를 건넜다.
그런데 그 봇짐장수가 목이 말랐는지 다리 옆에 있는 우물물을 마시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져 그대로 죽었다고 한다.
그날 밤, 촌로의 꿈에 다시 그 귀신이 나타났다. "이제 풍물패 인원이 다 찼으니, 마을에서 사람이 죽는 일은 없을 거요. 이제 우리는 멀리 길을 떠나니 편안히들 사시게"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마을 사람들은 그 봇짐장수가 죽어 귀신풍물패의 피리 부는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며 명복을 빌었고, 그날 이후 광진교에서 사람이 빠져 죽는 일은 없어졌다고 한다.
<제보자: 남병선(75) 장흥리 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