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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현면 냉정리에는 참다운 부부애(夫婦愛)의 전설을 간직한 묘(墓)가 있다. 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합봉을 한 이 묘(墓)는 병마와 싸우는 부군을 위해 단지(斷指)를 한 아내의 애절한 사연이 깃든 곳이다.
안씨(安氏) 성을 가진 남편은 일찍이 관계에 진출해 정헌대부(政憲大夫)까지 지냈으나, 전혀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으며, 특히 아내에 대한 사랑은 너무도 각별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 부부를 두고 "산(山)과 물(水)이 변해도 부부(夫婦)의 애정(愛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부부의 사랑도 나날이 깊어만 갔다.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 남편이 예순 살을 넘기면서 덜컥 병에 걸리고 말았다. 좋다 하는 약(藥)을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써 보았지만, 백약(百藥)이 불용(不用)이었고, 마침내 임종(臨終)을 맞이하게 되었다.
남편이 마지막 숨을 거두려고 하는 차에 안씨의 아내는 마침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흐르는 피를 남편의 입속으로 흘려보냈다. 다급한 나머지 단지(斷指)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내의 이 같은 애틋한 애정에도 남편은 숨을 거두었고, 아내는 그 자리에서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주위의 친척들이 숨진 남편 곁에서 슬퍼하고 있을 때 였다. 아내는 사람들 몰래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는 사기그릇에 식초 원액을 가득 담아 마시고, 그 자리에서 남편의 뒤를 따르고 말았다.
부부로 맺어져 한평생 주위의 부러움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던 부부가, 생(生)의 마지막 역시 함께 한 것이었다.
안씨 부부의 장례는 한날한시에 치러졌고, 죽음을 함께 한 부부의 애틋한 부부애를 기리는 뜻에서 묘지(墓地)도 합봉을 했다.
이 묘(墓)는 현재 냉정리 산 318번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