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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옛 35번 종점’, 잊힌 노선이 남긴 도시의 기억
진주시 하대동 한복판에 자리한 ‘옛 35번 종점’이 도시재생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35번 버스는 과거 이현동 대아고등학교 아래에서 출발해 하대동을 오가던 노선으로, 학생과 직장인, 장보기 손님까지 진주의 생활권을 잇는 대표 대중교통이었다. 도시 외곽 주거지와 원도심을 연결하며 시민들의 일상을 지탱하던 이 노선은, 진주 교통 역사의 한 축을 이루는 생활 기록이기도 하다.
종점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35BUS’ 조형물이 설치돼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다. 사진 속에서 보이듯, 도로 중앙부에는 거울 판을 얹은 듯한 대형 캐노피가 세워져 있다. 버스가 머물던 공터 위로 반사된 하대동 풍경이 뒤집혀 비치며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만든다. 주변 골목의 낮은 상가 건물과 오래된 간판, 주차된 차들이 반사된 채 어른거려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한 장면에 포개진 듯하다.
종점 옆으로 흐르는 작은 수로는 곡안천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있다. 수로 아래로 보이는 노출된 배관과 돌바닥은 도시 기반 시설의 속살을 드러내며, 버스가 다녔던 시절의 공공구조를 고스란히 기억하게 한다. 데크 쉼터, 나무 난간, 그 위에 놓인 지역 캐릭터 ‘하모’ 조형물도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재정비된 공간이지만 하대동 특유의 생활 온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각종 식당과 횟집 간판 사이로 점심과 저녁 손님들로 분주한 거리 풍경이 ‘옛 종점’의 일상의 시간을 자연스레 이어준다.
버스는 사라졌지만, 그 노선을 따라 도시를 오가던 이들의 체온은 아직 남아 있다. 35번이 닿던 길의 끝은 이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은 박물관이 되어 진주의 시간을 조용히 비추고 있다.
2025년 12월 2일 시민명예기자 김종신(하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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