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물을 되살리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오염된 물에 깨끗한 물을 섞는 희석법입니다. 물이 희석되는 것은 물이 지닌 자정 작용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럼 이런 물의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 위해 요구되는 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라면 국물 | 된장국 한 그릇 | 소주 한 병 | 우유 한 컵 | 식용유 한 스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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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ℓ | 1,410ℓ | 5,100ℓ | 3,000ℓ | 2,000ℓ |
깜짝 놀랄 만한 수치죠? 수질 오염의 주범이 가정에서 무심코 버리는 생활하수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나요?
물을 깨끗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우리의 실천이 가장 중요합니다. 얼마 전부터 강가나 산에서 취사를 금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강변에서 취사가 가능했던 시기에는 물 위에 떠다니는 오염물의 대다수가 음식 찌꺼기였어요. 강변 취사가 금지된 후로는 그 양이 크게 줄었죠.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은 물의 오염도를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미생물이 물속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산소의 양입니다. 물속 유기물이 많을수록 분해하는데 많은 산소가 필요하고 자연히 BOD는 높아지죠. 결국 BOD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수질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해요.
물이 탁해진 호수와 연못에 살고 있는 잉어와 붕어는 BOD가 상당히 높은 곳에서도 살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잉어, 붕어가 살 수 있는 물 속 생존 한도는 BOD 5ppm이에요. 5ppm은 1리터에 함유된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5mg의 산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정에서 튀김 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기름의 BOD는 100ppm 전후이므로 기름을 20만 배로 희석해야 가까스로 잉어와 붕어가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의 물이 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주방에서 무심코 버린 200cc의 기름 때문에 무려 20만 세대가 200cc의 물을 헛되게 흘려보내야 잉어가 생존할 수 있는 물이 된다는 말입니다.
참고로, 잉어는 3급수에 사는데 3급수는 황갈색의 탁한 물로, 바닥에 모래와 자갈이 있는 물을 가리킵니다.
구분 | 물의 양 | 구분 | 물의 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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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뜨물 2리터 | 600배 | 커피, 맥주 | 1만5000배 |
요구르트, 우유 | 2만배 | 간장 | 3만배 |
식용유 | 19만8000배 | 마요네즈 | 24만배 |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양의 합성세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변기 세정제, 주방용 세제, 세탁용 세제는 물론이고 머리 감을 때나 양치질 할 때도 합성 세제를 쓰고 있죠. 일단, 비누를 뺀 모든 세제는 합성 세제라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이 합성 세제 안에 식물성 플랑크톤의 양분이 되는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거죠.
합성 세제가 강에 흘러 들어가면 강에 식물성 플랑크톤의 수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를 '부영양화 현상'이라고 합니다. 부영양화 현상이 심해지면 강물 속에는 산소가 부족해져 물속 생물들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물속 생물들이 썩으면서 내뿜는 메탄가스는 결국 물고기의 떼죽음을 일으킵니다. 합성 세제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거품도 문제예요. 이 거품이 그대로 하수구를 따라 강으로 흘러 들어가면 물속 식물들의 목숨을 위협하게 돼요. 물 위에 거품이 떠 있으면 물속으로 산소가 녹아들지 못하는 데다 햇빛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물고기들의 호흡에 이상이 생기고 물속 식물들은 광합성 작용을 방해받게 되죠.
물론, 하수 종말 처리장에서 이런 거품들을 걷어 내고는 있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농촌 지역 등 하수도관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는 이러한 생활하수가 아무런 거름 장치 없이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기도 하고요. 거품을 걷어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합성 세제를 말끔하게 없애는 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하수 처리가 끝난 후에도 강물에 합성 세제 성분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 정수장에 도착하면 정수장에서는 합성 세제 성분을 없애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고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물맛도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