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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떤 사람이 시집을 갔는데 시집이라는게 말이 집이지 지옥이었다.
시어머니는 봉사고 남편은 앉은뱅이라. 집이라고 있는 건 비가 오면 방바닥이 흔건히 젖어 물난리를 겪는 게 예사고 먹을 건 좁쌀 한 톨도 없었다.
시집가는 날부터 남의 집 이를 해주고 겨우 입에 풀칠을 하는데 여자 몸으로 벌어 봐야 시어머니와 남편 뒷바라지도 어려웠다. 하루는 남의 집 방아품을 가려는데 장대 같은비가 내려 이나마 어렵게 됐다. 하루라도 일을 안 나가면 세 식구가 굶어 죽을 판이라 비가와도 방아를 찧나 하고 길을 나섰다.
길을 가다 보니 방앗간집 개가 변을 보는데 채 삭지도 않은 보리쌀이 가득 섞여 있었다. 방앗간집 개가 찧어 놓은 보리쌀을 실컷 먹고 길에다 변을 갈기는 모습을 보고 며느리는 절로 한숨을 쉬었다.
"사람은 양식이 없어 굶어 죽을 판인데 개는 무슨 복이 많아 저렇게 먹는가?"
그러다 그는 방앗간 가는 것을 그만두고 남들이 안보는 새 개똥을 긁어모아 빗물에 씻고 우물물을 떠다 또 씻었다. 그렇게 하고 보니 보리쌀이 바가지에 반쯤 찬다.
그길로 곧장 돌아와 보리밥을 지어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드렸다. 시어머니와 남편은 만날 죽만 먹다가 보리밥이나마 먹고 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이웃에서 모심기를 한다며 좀 도와 달란다. 어느새 하늘이 개고 별이 나자 서둘러 모를 심어야 하는 게 장마철 농사다. 막 모를 심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면서 천둥 번개가 치고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런데 모를 심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소리를 지른다.
"여기 누구 중에 죄지은 사람이 있다. 하늘이 노해서 저러니 죄지은 사람은 빨리 나서라."
이때 며느리가 모춤을 던지면서 나섰다.
"죄를 지은 것은 나예요. 세상에 개똥 속에 섞인 보리쌀로 시어머니 밥지어 드린 년이 죄지었지 누가 죄를 지었겠어요?"
하면서 울상을 짓는다.
다른 사람이 말을 잇기도 전에 하늘이 쩍 갈라지면서 번개가 치면서 불칼 같은 벼락이 며느리 앞에 떨어지는데 모드 논에 넘어지고 자빠지며 혼이 나갔다.
벼락맞아 죽는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며느리는 지은 죄가 있어서 차라리 죽겠다는 각오가 돼 있었던지 꼼짝도 안 하고 그대로 서 있는데 벼락이 떨어진 자리에 뜻밖에도 이상한 궤짝이 하나 놓여 있었다. 모내기를 하던 사람들이 겨우 제정신을 차리고 보니 궤짝이 하나 있는지라 논 주인이 먼저 나선다.
"이건 우리 거야. 우리 논에 떨어졌으니......"
하면서 궤짝을 열려고 했으나 꼼짝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차례대로 열려고 해 봤으나 아무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며느리가 손을 갖다대니 저절로 열렸다.
그 안을 보니 쌀이 가득했다. 모인 사람들은 며느리의 지극한 효성에 하늘이 감동하여 내린 선물이라고 궤짝을 주었다. 며느리는 궤짝을 집에 모셔놨는데 쌀을 퍼내면 그만큼 생기고 또 쓰고 나면 쓴 만큼 채워져 그 식량으로 불쌍한 시어머니와 남편을 극진히 모셨다.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삼년상을 마치자 며느리는 궤짝을 마당 가운데 놓고 촛불과 정화수를 준비해 기도를 했다.
사림도 어느 정도 윤택해진 마당에 계속해서 공것에 의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서다.
"내가 부모를 위청해서 하늘이 내려준 복이지 나를 위청해서 주신 복은 아닐 것입니다. 이제 거두어 가소서."
그리고 나서 조금 있으니 하늘에서 무지개가 서더니 정화수에 닿아 궤짝을 달고 올라갔다.
그런 후 열심히 일하여 많은 후손을 두고 잘살았는데 나라에서 그 며느리에게 효부 정문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