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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며느리가 제법 드셌다.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는데 시아버지를 우습게 알아 애초에 효부소리 듣기는 글렀다.
하루는 시아버지가 이웃 잔치에 가겠다고 의관을 좀 챙겨 달란다. 그러자 며느리는 쌍심지를 돋우며 대든다.
"쓸데없는 소리 마세요. 이 가을에 바빠서 똥오줌도 못 가리는데 놀러가 무슨 놈의 놀러 입니까. 안됩니다, 안돼요. 절대 못 가요."
드센 며느리라 더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모처럼 잔치 음식을 먹고 싶었고, 오랜만에 또래의 친구들도 만나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방안으로 들어가 옷을 뒤져 입고는 그냥 도망가듯 내달렸다. 일을 하던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잡으려고 뒤쫓아갔다. 도망가는 시아버지와 잡으러 가는 며느리의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다.
골목을 지나 밭을 가로질러 뛰는 두 사람은 어느새 잔칫집에 당도하자 시아버지는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박신거리는데 차마 집안까지 뛰어 들어간 수 없어 담장 위로 머리를 내밀고 씨근덕거리는데 며느리를 떨친 시아버지는 잔칫상 앞에 앉자 말자 일하는 사람을 부른다. 그리고 큰 소리로 음식을 시킨다.
"이 사람아, 음식 한 접시 더 갖고 오게. 힘에 겨워서 나 혼자 못 온다고 우리 며느리가 예까지 모셔다 주고 저 밖에서 기다리는데 우리 며느리도 좀 먹여야 되지 않겠나?"
그러자 심부름하는 사람이 상을 따로 차려 나와 며느리를 주는데 상을 받은 며느리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다.
시아버지를 구박만 했는데 정작 시아버지는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다니.
감격스럽고 죄 서러워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며느리도 마음을 고쳐 먹고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셨다고 한다.
그래서 옛말에 '부모 입에서 효자 난다'는 말이 생겼다.